Trunk Insights (1)

영향력은 취향에서 나옵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하다 보면 업종도 제품도 다양한 고객을 만납니다. 고객이 가져오는 질문은 대부분 인플루언서를 어떻게 구성하면 좋은지, 예산과 가격은 어떻게 되는지입니다. 화장품 시딩이나 콘텐츠 제작 개수처럼 구체적인 실행안을 들고 오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더 들어 보면, 이 캠페인으로 결국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는 정성적으로도 정량적으로도 그려지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다들 하니까, 요즘 트렌드니까 하는 급한 마음에 일단 시딩부터 해 보자고 오시는 고객도 계십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인플루언서 마케팅 효율이 예전만 못하다"는 말도 자주 들립니다. 저는 채널의 힘이 약해졌다기보다, 브랜드의 취향과 인플루언서의 타깃을 맞추는 과정이 얇아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가 정해지지 않으면 무엇에 맞출지도 흐려지기 때문입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이제 레거시 미디어의 대안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 만큼 여기서 얻으려는 결과는 전체 마케팅 목적과 맞물려야 하고, 그래야 전략을 탄탄하게 짤 수 있고 끝난 뒤에 성과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목적이 먼저입니다

인플루언서는 과거에도 늘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달라진 것은 영향력이 훨씬 커지면서 하나의 매체이자 채널,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핵심은 그 영향력을 브랜드의 목적에 맞게 가져와 쓰는 데 있습니다.

다만 이 방법이 언제나 답은 아닙니다. 디지털 마케팅에서는 데이터에 기반한 최적화와 효율화를 많이 이야기하는데, 목적에 가장 맞는 수단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최적화라면 모든 목적에 인플루언서가 답일 수는 없습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그러니 목적을 먼저 정하고, 그 목적에 인플루언서가 최선인지부터 따져 봐야 합니다. 트렌드라서가 아니라 목적에 맞아서 골라야 합니다. 대량 시딩이 맞을 때도, 디지털 배너가 맞을 때도 있으니까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어디서 나올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인플루언서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그들의 영향력입니다. 영향력은 사람의 시선과 관심을 움직여 행동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광고 물량을 늘려 반복해서 노출하는 것도 영향력을 만들지만,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행동의 방아쇠가 된다는 점이 다릅니다. 저는 이 영향력을 세 가지 요소로 나눠서 봅니다.

영향력 = 도달 얼마나 많이 보이는가 × 신뢰 말을 믿는가 × 적합 취향이 맞는가
  • 도달: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보이는가
  • 신뢰: 이 사람이 하는 말을 믿는가
  • 적합: 이 이야기가 이 사람의 팔로워들과 결이 맞는가

도달은 팔로워 수나 조회수로 확인합니다. 영향력을 평가하는 가장 직관적이고 정량적인 기준이라서, 지금도 팔로워 수로 등급을 나누고 단가가 정해집니다. 요즘은 Engagement Rate 같은 지표로 반응의 깊이도 나눠서 봅니다. 신뢰는 그 인플루언서가 오랫동안 쌓아 온 평판과 구독자의 호감에서 나옵니다.

이처럼 도달은 숫자로 바로 보이지만, 신뢰와 적합은 숫자로 잡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량 지표와 함께 정성적으로 읽어야 합니다. 댓글에서 사람들이 어떤 말을 하는지, 이 인플루언서의 평소 콘텐츠가 우리 브랜드와 얼마나 가까운지가 그 단서입니다.

선택을 가르는 것은 적합입니다

그런데 도달과 신뢰만으로 인플루언서를 고르려 하면 후보가 너무 많아집니다. 팔로워가 많고 믿음을 받는 인플루언서는 시장에 수없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 안에서 하나를 고르려면 결국 팔로워 수와 단가만 남습니다. 도달과 신뢰는 영향력이 큰 사람을 찾는 기준일 뿐 우리 브랜드에 맞는 사람을 찾는 기준은 아니어서, 저는 세 요소 가운데 적합이 선택을 가른다고 생각합니다. 적합은 결국 취향의 문제입니다.

팔로워 수만 보고 하는 마케팅은 불특정 다수가 지나가는 넓은 광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일과 같습니다. 반대로 취향이 맞는 인플루언서와 하는 협업은 우리 브랜드와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아지트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일에 가깝습니다.

넓은 광장 불특정 다수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일 아지트 결이 비슷한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

그래서 같은 제품이라도 전달 방식은 인플루언서의 취향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브랜드가 특정 인플루언서를 고른다는 것은 그 취향을 고른다는 뜻이고, 그 취향을 나누는 팬덤과 함께하겠다는 선택입니다. 그 취향에 신뢰가 더해질 때 영향력이 가장 커집니다.

물론 적합이 늘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목적이 많은 사람에게 빠르게 알리는 것이라면 도달이 먼저이고, 그럴 때는 대량 시딩이 맞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특정 코어 타깃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적합이 먼저입니다. 아래 사례가 그런 경우였습니다. 어떤 요소를 앞에 두느냐는 결국 목적이 정합니다.

댄서에서 시작한 스트리트 패션

이 생각을 잘 보여 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최근에 진행한 해외 패션 브랜드의 한국 진출 캠페인이었고, 목적은 단순한 노출이 아니라 국내 런칭 초기에 브랜드를 대표할 수 있는 코어 타깃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일반적인 타깃은 20~30대 남녀입니다. 통계로는 맞지만, 캠페인을 끌고 갈 날이 선 고객층으로 보기에는 범위가 넓었습니다. 그래서 이 브랜드의 특징인 오버사이즈 핏을 좋아하고 즐겨 입는 사람이 누구인지 좁혀 갔고, 그 핏을 가장 멋있게 소화하는 사람들이 댄싱 커뮤니티의 전문 댄서라는 것을 찾았습니다.

인플루언서도 댄서 커뮤니티 안의 사람들로 구성했습니다. 그러자 브랜드는 "스트릿 댄서들이 실제로 즐겨 입는 옷"으로 자리를 잡았고, 넓은 패션 시장 안에서 하나의 취향 영역을 차지했습니다. 브랜드의 취향과 전문 댄서의 취향이 맞아떨어지자 신뢰와 도달도 따라온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브랜드는 댄서 커뮤니티 안에서 자연스럽게 회자되었습니다.

영향력을 활용하는 첫걸음

그래서 영향력을 제대로 활용하는 첫 시작은 대상의 정교화입니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취향과 인플루언서가 가진 취향을 하나씩 맞춰 보는 일이 먼저입니다.

인플루언서를 찾기 전에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우리 브랜드는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