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nk Insights (2)

인플루언서로 팬덤을 만드는 방법

이제 팬덤은 아이돌, 프로야구, e스포츠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느새 우리에게 아주 친근한 말이 되었고, 이 글을 읽는 분 가운데에도 어느 대상의 열렬한 팬이 분명히 계실 것입니다. 브랜드도 같은 것을 원합니다. 팬덤을 만들고, 그 관계를 오래 이어 가고 싶어 합니다. 팬들은 지속해서 관계를 맺고, 열렬히 응원하고, 소비도 합니다. 관여도가 계속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브랜드의 팬덤 구축에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요?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팬덤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요? 질문은 여러 가지지만, 이 이야기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하려고 합니다. 팬과 팔로워는 다른가요?

인플루언서의 팔로워는 팬일 수도 있고, 그저 알고 지켜보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팬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면 모든 팔로워가 팬은 아닙니다. 관계의 깊이로 보면 사다리에 가깝습니다.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이 있고, 알거나 한 번 사 본 사람이 있고, 반복해서 반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위에 주변에 권하는 사람이 있고, 브랜드를 자기 정체성의 일부로 여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팔로워는 대부분 두 번째 칸에 있습니다.

팔로워는 사다리의 두 번째 칸에 있고, 팬은 그 위에 있습니다 낯선 사람 브랜드를 모름 팔로워 알거나 한 번 사 본 사람 대부분의 팔로워 반복 참여자 반복해서 반응함 지지자 주변에 권함 슈퍼팬 정체성의 일부로 여김 알고 지켜보는 관계 참여하는 관계
팔로워에서 팬으로 올라가는 사다리 · 참고: Pat Flynn, 『Superfans』(2019)

팔로워를 만드는 일과 사다리 맨 위의 팬덤으로 올리는 일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인플루언서가 팬덤을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닙니다. 팬덤이 시작될 자리를 열어 줄 뿐이고, 그 뒤를 이어 가는 일은 브랜드의 몫입니다. 이 글은 팬덤을 목표로 두면 인플루언서를 어떻게 쓸 수 있는지에 대한 제 관점이고, 그 과정을 어떤 순서로 풀어 가는지 방법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시작점은 왜 인플루언서일까요

팬덤을 만들려면 먼저 모일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신생 브랜드나 해외에서 들어오는 브랜드는 바로 여기서 막힙니다. 이야기를 나눌 사람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플루언서는 그 사람들을 이미 갖고 있습니다. 같은 취향으로 모였고, 이 사람의 말을 오래 들어 온 팔로워들입니다. 신뢰와 적합이 이미 쌓여 있는 곳입니다.

다만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그 팔로워는 인플루언서의 팬이지, 아직 브랜드의 팬이 아닙니다. 팬덤은 빌려 올 수 있어도 빌린 팬덤은 캠페인이 끝나면 돌려줘야 합니다. 그래서 인플루언서와 할 일은 팬덤을 잠시 빌리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중 일부가 브랜드와 직접 관계를 맺도록 이어 주는 데까지 가야 합니다.

팬덤을 만드는 다섯 단계

방법은 다섯 단계로 정리했고, 단계마다 인플루언서가 맡는 몫을 함께 적었습니다. 사례는 인플루언서 캠페인만이 아니라, 같은 구조를 먼저 만든 브랜드에서 가져왔습니다. 순서대로 한 번 지나가고 끝나는 직선이 아니라, 참여가 쌓일수록 다음 단계의 바탕이 커지는 순환에 가깝습니다.

인플루언서가 열어 준 자리에서 시작해, 브랜드가 이어 가는 순환 인플루언서의 오디언스에서 시작 브랜드가 이어 가는 관계 저변 만들기 지지자 발굴 지지자 연결 건너오는 지점 팬으로 육성 승급과 보상 참여가 쌓이면 다음 단계의 바탕이 커집니다
팬덤을 만드는 다섯 단계 · 참고: 박찬우, 『스노우볼 팬더밍』(쌤앤파커스, 2020)을 인플루언서 캠페인 기준으로 재구성

1. 저변 만들기: 취향이 맞는 곳에서 첫 접점을 만듭니다

브랜드가 줄 수 있는 가치와 사람들이 이야기할 거리를 먼저 정합니다. 제품 기능을 나열하기보다 어떤 상황에서 쓰고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보여 주는 쪽이 사람들이 말을 얹기 쉽습니다. 참여 문턱은 낮을수록 좋습니다.

취향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브랜드의 취향과도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단계에서 인플루언서는 취향이 맞는 사람들 앞에 브랜드를 자기 언어로 소개합니다. "적합"이 가장 크게 작동하는 구간입니다.

짐샤크(Gymshark)는 즐겨 보던 피트니스 유튜버의 구독자가 곧 타깃이라는 점에 주목해 그들에게 옷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했고, 이후 가치가 맞는 사람만 초청하는 '짐샤크 애슬릿'으로 키웠습니다.

2. 지지자 발굴: 반응하는 사람을 찾습니다

팔로워 수보다 관심의 깊이를 봅니다. 댓글에서 질문을 남기는 사람, 저장하고 다시 보는 사람, 직접 사용 후기를 올리는 사람이 초기 지지자 후보입니다.

인플루언서의 오디언스는 이 반응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입니다. 브랜드 계정만 운영해서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콘텐츠 아래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노션(Notion)은 페이스북 그룹, 트위터, 레딧을 따라가며 제품을 열심히 알리는 이용자를 직접 찾아 앰배서더로 모았습니다.

3. 지지자 연결: 브랜드 쪽으로 옮겨 옵니다

찾아낸 사람들이 지속해서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만듭니다. 전용 해시태그, 뉴스레터, 오픈 커뮤니티, 브랜드 채널 어디든 좋습니다. 브랜드와 팬 사이만이 아니라 팬과 팬 사이가 이어져야 관계가 오래 갑니다.

인플루언서의 몫은 징검다리입니다. 콘텐츠 안에서 "여기서 더 이야기해 보자"고 사람들을 브랜드의 공간으로 초대해 주는 일입니다. 빌려 온 팬덤이 브랜드 쪽으로 건너오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세포라(Sephora)는 크리에이터가 만든 쇼핑 페이지와 구매 링크가 세포라 사이트와 앱 안에서 바로 이어지는 '마이 세포라 스토어프런트'를 열었습니다.

4. 팬으로 육성: 함께 만듭니다

팬의 의견을 묻고, 그 의견이 제품이나 콘텐츠에 반영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후기, 챌린지, 아이디어 제안처럼 팬이 직접 만드는 콘텐츠가 이 단계의 재료입니다. "우리를 홍보해 주세요"보다 "당신의 참여가 실제로 변화를 만듭니다"가 훨씬 강하게 작동합니다.

여기서 인플루언서는 일회성 협업이 아니라 반복 협업이 필요합니다. 팬의 이야기를 함께 전하고, 팬이 참여할 판을 같이 깔아 주는 역할입니다.

노션은 앰배서더에게 새 기능을 먼저 쓰게 하고 그 의견을 제품에 반영했습니다. 앰배서더들은 스스로 모임을 열고 공식 서브레딧을 운영했습니다.

5. 승급과 보상: 기여를 알아봅니다

기여한 팬을 이름으로 소개하고, 신제품을 먼저 써 볼 기회를 주고, 커뮤니티 안에서 역할을 맡깁니다. 보상은 관계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쿠폰만 주고 끝내면 사람들은 쿠폰이 끝나는 날 떠납니다.

인플루언서가 자기 채널에서 팬의 기여를 소개해 주면 인정의 효과가 훨씬 커집니다. 팬이 신뢰하는 사람의 입을 통해 알려지기 때문입니다.

인플루언서가 맡지 않는 일도 있습니다. 팬이 된 사람을 챙기고, 기여를 알아봐 주고, 약속한 경험을 지키는 일은 브랜드가 해야 합니다. 인플루언서에게 팬덤을 통째로 맡길 수 없는 이유입니다.

팬덤이 되고 있는지는 무엇으로 볼까요

조회수와 도달은 팬덤의 신호가 아닙니다. 팬덤은 행동의 깊이로 읽어야 합니다. 같은 사람이 반복해서 참여하는지, 댓글의 질이 달라지는지,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늘어나는지를 봅니다. 그다음 재방문과 재구매, 자발적인 추천과 브랜드 검색량이 따라오는지 확인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변화가 전환과 유지, 추천으로 들어오는 고객, 고객 획득 비용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봅니다.

캠페인이 성공했는지 판단하는 기준도 달라집니다. 바이럴이 한 번 났는지가 아니라, 반복 참여와 자발적인 기여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지를 봅니다.

시작하기 전에 물어볼 것

인플루언서를 찾기 전에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캠페인이 끝난 뒤에도, 이 사람들과 이야기를 이어 갈 곳이 우리 브랜드에 있는가?"